회사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이었어요. 팀원들과 새로 생긴 돈까스집에 가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번호표를 뽑고 한참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데, 무언가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보니 이동 중인 택배 카트 위 상자들이 무너지는 소리였어요. 아수라장이 된 크고 작은 상자들 사이로, 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택배기사님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곧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어요. 무너진 상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마구 모여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근처를 지나가던 회사원도,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 여행객도, 서류를 들고 지나가던 이들도, 그 순간만큼은 하나가 되어 상자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함께 있던 팀원도 어느새 그 옆에서 돕고 있더라고요. 택배 상자는 순식간에 복구되었어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택배기사님의 힘찬 인사를 뒤로, 함께했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평소 복잡했던 도심이 그날따라 유독 정답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었을까요.
그날은 오후 내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허리를 굽혀 무거운 상자를 함께 옮기던 사람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거든요. 모두가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도움이 필요한 이를 외면하지 않는 것, 어떤 칭찬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들이 참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아, 한편으로는 선뜻 나서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대체 그놈의 돈까스가 뭐라고!) 다음번엔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쩌면 요즘 제가 간절히 되고 싶은 사람은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님은 '좋은 사람'인가요?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은 잘 모르지만, 우리의 매일이 작은 친절로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금요일의 서가>에서 두 번째 안부를 보냅니다.
🍀'금요일의 서가'는 한 주를 버티게 해 준 이야기와 일상의 기쁨을 나누는 큐레이션 서가입니다. 연남서가 C동 102호로 놀러 오세요! (📍마포구 연남동 241-26 '연남서가') |